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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소설]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, 김연수

정영감3 2020. 10. 13. 01:0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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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

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. 깊고 어둡고 서늘한 심연이다.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 심연 앞에서 주춤거렸다. 심연은 이렇게 말한다. “우리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.” 나를 혼잣�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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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'

 

이름이 참 낭만적이다.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무슨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이 아니라 관련 수첩을 받은 적이 있다. 그 이후로 계속 읽어봐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크레마로 읽어봤다.. 늦게 읽어 아쉽고 또 한편으로는 지금 읽어 좀 더 온전히 이 책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. 모든 일이 즐거울 시기에 읽었다면 그저 재밌었다로 끝났겠지만 '나'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고 또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 지금 읽으니 그 여운이 대단하다. 또한 당연히 여작가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남작가라는 사실에 충격.. 작가의 이름때문이 아니라 이 문체를 보면 주인공의 말투, 생각 이런게 정말 섬세하다. 그래서 당연히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.. 좋은 작가가 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구나 생각했다. 다른 책들을 읽어봐야겠다.

 

주인공이 작가가 되었을 때 나는 참 부러웠다.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도 책 한 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으니까. (물론 뭘 하고 있진 않다.) 유이치같은 조력자가 있는 것도 부러웠고, 노트 앞에 앉으니 글이 써지는 것도 부러웠고, 어린 시절이 담긴 그 상자들이 부러웠다. 무엇보다 그녀의 일상 뒤에는 절대적인 사건이 존재했고 또 그것이 그녀의 뿌리와 관계되었다는게 부러웠다. 정말 철없이 나는 가끔 생각한다. 내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불행이 부족해서라고, 인생을 뒤흔들만한 큰 사건이 내개는 부재하기 때문이라고. 하지만 이 얼마나 철없는 생각일까... 정말 내가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. 안개에게 항구와 도시를 충분히 바라볼 시간을 줘야한다는 말처럼 나 역시 나를 충분히 바라볼 시간을 가져야겠다..

 


 

카밀라와 유이치의 이야기

 

칼 샌드버그의 안개

 

"안개에게 항구와 도시를 충분히 바라볼 시간을 줘야죠. ... "

 

안개에게 항구와 도시를 충분히 바라볼 시간을 줘야 한다는 말. 레드우드는 키가 너무 커서 안개를 먹고 자란다는 말.

그럴 때면 당연히 그의 목소리도 함께 들렸다.

 

 

... 레드우드에 대해서 말하고 난 뒤에도 우리는 뭔가 계속 말하고 싶었다. 이런 기분이 사랑의 시작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.

 

 

넌 대단해. 넌 멋져. 넌 아름다워. 넌 소중해. 난 네가 너무나 좋아. 머리부터 발끝까지. 이 세상 전부와도 바꿀 수 없어. 평생 너만을 사랑할 거야. 난 너의 모든 걸 다 가지고 싶어. 말들이 이렇게 달콤할 수가 있을 줄이야. 그 달콤함 때문에 내 몸이 촛농처럼 완전히 녹아버릴 줄이야. 나란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. 마치 죽음처럼. 그런데 그 일이 나를 살렸다.

 

... 거기에는 걱정도 있었고, 희망도 있었다. 부끄러운 문장도 있었고, 나마저 속이는 문장도 있었다. 그 모든 것들을 다 받아 적었다. ... '오직 동백꽃만이 나의 생물학적 엄마를 안다' .. '하지만 동백꽃은 입이 없으니, 어떻게 그 말을 듣나? 그렇다면 동백꽃을 대신해서 말해줄 사람을 찾아야겠지.'

 

 

한국말을 잘 못해서 다행이었다.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말만 할 수 있어서.

 

 

나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. 어머니와 공유한 지난 꿈의 잔해들. 그러니까 나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.

 

 

... 내가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너의 부재나 침묵이 아니라 너에게 그런 위로의 말을, 너를 위로하는 행동을, 그렇다고 말하고 또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, 쓰다듬고 어루만지고 껴안고 입맞추는 그 모든 인간적인 위로들을 해줄 수 없다는, 바로 그 사실이었어. ... 지나가면, 우리는 조금 달라지겠지. 하지만 그 조금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 되겠지.

 

 

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, 서정주


 

이 책 이야기와는 별개로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는.. 밑줄을 못치고.. 전자책을 읽으면 확실히 메모같은 걸 덜 하게 되는 것 같다. 북마크 버튼만 누르면 되니까. 근데 그걸 다 옮겨적지 않고 반납해서 밑에 조금밖에 안 남았다 ㅜㅜ 그리고 읽을 당시에는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일주일 넘는 시간이 지나니 이런 말을 적어놔야지 했던 생각들이 다 휘발되었다.. 매번 생각하는 일이지만 많이 보고 읽고 그만큼 잡아둬야한다. 좀만 더 부지런해지자..

 

 

 

 

 

2018년 2월

졸업 유예를 하면서 한참 영어 학원 강사 일을 열심히 하던 때 읽고 남겨둔 기록이다.

이 이후로 김연수 작가는 손에 꼽는 나의 훼이보릿 작가가 되었다. 

하나씩 네이버 블로그에 있는 독서 기록들을 옮겨와야겠다.